In Dust

실리콘밸릭 열광했던 스마트 주스기의 굴욕

2016년 실리콘밸리 투자자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스타트업

주세로(Juicero)

주스를 짜는 착즙기와 반제품 형태의 유기농 야채와 과일을 판매하는 회사입니다.

제품이 나오기도 전에 구글벤처스, 클라이너 퍼킨스 등으로부터 1억2천만 달러(약 1,382억원)를 투자받았습니다.
2016년 4월 제품이 출시되자 언론의 찬사도 쏟아졌습니다.

이 회사는 가정에서 신선한 주스를 짜서 마시기가 번거롭다는 데 착안했습니다.

채소나 과일을 일일이 사야 한다

블라인더나 착즙기에 걸리지 않게 작게 다듬어야 한다

매번 기계를 분해해 찌꺼기를 청소해야 한다

그래서 이 회사가 낸 아이디어는

신선한 과일을 잘게 쪼갠 팩 + 팩을 짜는 착즙기

착즙기는 팩을 짜기 때문에 청소할 일이 없고

팩은 정기적으로 배달되기 때문에 과일 서러갈 일이 없다

팩 안의 과일, 채소는 모두 유기농이다

유기농 인증을 받은 농장에서 채소와 과일을 조달하고
무조건 제철재료를 사용하며
물, 첨가물, 방부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게 가열하지 않고 냉압착 방식으로 잘게 으깨서 냉동상태로 팩에 담아 배달합니다.

배달된 팩을 전용 착즙기에 넣으면
기계가 팩에 인쇄된 QR코드를 인식하고,
유통기간이 지난 것인지 자동으로 인식해서
날짜가 지났으면 주스를 짜내지 않습니다.

착즙기는 앱과 연동돼 있는데 짜고 있는 팩이 어느 농장 제품이고,
어떤 영양소가 있는지 모바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앱으로 냉장고에 팩이 몇 개 남았는지 확인하고, 주문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회사가 내세운 것은 착즙기의 어마어마한 힘입니다.

400개 부품으로 만들어졌다. 2대의 모터, 10개의 인쇄회로기판, 마이크로프로세서, 무선안테나가 있다. 항공기용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고 최대 8톤의 압력을 가할 수 있다. 차 2대를 들어 올릴 수 있는 힘이다. 괴물기계(monster of a machine)이다.

(창업자 더그 에반스, 2016.9.12 리코드)

착즙기 출시가격은 699달러(80만원),
399달러(45만원)으로 가격을 인하했지만 여전히 고가입니다.

그래서 실리콘밸리에서 이 회사의 제품은 ‘주스계의 캡슐커피‘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투자했던 것 중 가장 정교한 비즈니스이다. 소프트웨어이면서 가전제품이고, 생산에서 포장까지 모두 포함하고 있다.


(데이비드 크레인 구글벤처스 파트너, 2016.4.3, 뉴욕타임스)

하지만 이 모든 찬사는 2017년 4월19일 블룸버그의 기사 하나에 무너졌습니다.

블룸버그 기자들이 팩을 손으로 짰을 때와 착즙기로 짰을 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 직접 실험을 해본 것입니다.

손으로는 1분 동안 주스 7.5온스를, 착즙기는 2분 동안 8온스를 짜냈습니다.
팩을 손으로 짜나 착즙기로 짜나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투자자들이 손으로 팩을 짤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한 명은 고가의 기계가 필요없는 주스 주머니(bags of juice)인 줄 알았으면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자는 손으로 짜내는 게 가능하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블룸버그 2017.4.19)

블룸버그 기사가 나간 직후 이 회사에 대한 비판기사가 쏟아졌습니다.

손으로 짤 수 잇는 것을 차 두 대를 들어 올릴 수 있는 압력의 기계로 짤 필요도 없고,
팩에 유통기한이 적혀있는데 굳이 QR코드와 모바일 앱으로 확인할 필요도 없었던 것입니다.

필요 없는 기능들을 집어넣어 기계 값을 올렸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이 회사를 띄웠던 실리콘밸리에도 비난의 화살이 날아왔습니다.

투자자들은 과일과 채소를 짜내는 혁명적인 기계를 약속한 창업자의 말만 믿었다. 투자자들은 실제 작동되는 프로토타입을 보지도 않고 투자했다.

(블룸버그)

1억2천만 달러를 투자했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테크놀러지의 보물과도 같은 실리콘밸리가 총기를 잃었다.

(2017.4.20 비즈니스인사이더)

논란이 거세지자 이 회사는 이틀 만에 원하는 사람에 대해 환불을 약속하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해킹이라고 밝히면서 빈축을 샀습니다.

손으로 주스 팩을 짜는 것만으로는 우리 제품의 가치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다. 손으로 짜내는 해킹은 아마 지저분하고 매일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경험일 것이다.

(제프 던 주세로 CEO, 2017.4.20)

사물인터넷(iOT), 정기구독모델, 음식배달, 유기농 신선식품 등 유행하는 모든 트렌드를 다 담았다고 성공할 순 없다는 사실을 주세로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기능을 담느냐가 아니라 이용자에게 얼마나 쓸모 있느냐는 것입니다.

 

 

 

자료출처: ttimes.co.kr/view.html?no=201704141641777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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